아자살 | 좋은 뜻이 없는 무늬
이 시리즈 · 전통창호 사전 · 4화 (전체 12화) 연재중
"전통창호의 이름과 짜임을 하나씩 정리합니다"
아자살은 짤 때마다 어지럽습니다.
어디까지가 아자인지 모르겠습니다. 패턴이 정말 여러 가지입니다. 이건 아자인가 아닌가 싶은 것들이 계속 나옵니다.
완자살은 안 그렇습니다. 卍자가 정해져 있으니 무늬도 정해집니다. 헷갈릴 데가 없습니다.
왜 아자만 이럴까 오래 생각했습니다.

뜻이 없어서인 것 같습니다.
사전을 찾아보면 형태만 나옵니다. 亞자 모양으로 살을 짠 창. 방과 방 사이 미닫이로 널리 쓴다. 그뿐입니다.
왜 하필 亞인지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창호 책들도 이름만 적어놓고 지나갑니다.
그래서 자전을 열었습니다.
『설문해자』는 亞를 醜라 풉니다. 추하다는 뜻입니다. 사람이 등이 굽은 모양을 본떴다고 합니다.
『이아』는 次라 합니다. 버금, 다음가는 것입니다. 제갈량을 관중과 소하의 아(亞)라 부른 용례가 있습니다. 『증운』은 少라 합니다. 적다는 뜻입니다.
우리가 이 글자를 새기는 훈도 버금입니다. 버금 아. 으뜸이 아니라 그다음이라는 말입니다.
그리고 이런 말도 있습니다. 亞는 본래 '꾸미다'는 글자였는데 빌린 뜻에 밀려났고, 그래서 土를 붙여 堊을, 心을 붙여 惡을 따로 만들었다고요.
『자휘』는 亞에서 惡이 갈라져 나왔다고 본 겁니다. 『한서』에는 亞谷侯를 惡谷으로 적은 데도 있습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본뜻은 추함. 파생은 버금, 적음. 나쁠 惡과는 뿌리가 닿습니다.
자전을 열면 좋은 뜻이 하나도 없습니다.
그런데 조선 목수는 이 글자를 안방 미닫이에 짰습니다.
뜻을 몰랐던 걸까요. 알고도 개의치 않았던 걸까요.
저는 애초에 그 질문을 하지 않았을 거라고 봅니다.
살을 짤 때 보는 것은 글자가 아닙니다. 칸입니다. 이 무늬가 어디서 반턱으로 물리는지, 칸이 몇으로 나뉘는지, 문 키에 맞춰 비례가 나오는지. 그것만 봅니다.
亞자 형태는 정자살에서 살 몇을 덜어내면 나옵니다. 짜기 좋은 무늬입니다.
이름은 나중에 붙습니다. 짜고 보니 亞자를 닮았으니 아자살입니다. 그것뿐입니다.
자리도 한몫했을 겁니다.
아자살이 앉는 데는 안쪽입니다. 방과 방 사이 미닫이, 대청과 방 사이 불발기 안쪽. 사대부집 창호는 바깥부터 덧창, 사창, 쌍창, 갑창 순으로 겹치는데 바깥 덧창은 대개 띠살이고 아자살은 그 안으로 들어옵니다.
바깥 창은 비바람을 받습니다. 살이 굵고 촘촘해야 합니다. 짜임이 성능에 매입니다.
안쪽은 그 제약이 없습니다. 살이 가늘어도 되고 칸이 넓어도 됩니다.
그러니 아자살은 붙드는 것이 두 겹으로 없었던 셈입니다. 뜻도 안 붙들고, 바깥 조건도 안 붙들고.
그러면 처음 이야기로 돌아갑니다.
완자는 글자가 무늬를 붙들었습니다. 卍은 획이 정해져 있습니다. 그 획대로 짜면 완자살이고, 아니면 아닙니다. 목수가 정할 여지가 없습니다.
아자는 붙들 것이 없었습니다. 亞를 닮았다는 정도입니다. 어디까지 닮아야 亞인지 정해준 사람이 없습니다.
그래서 흩어졌습니다. 목수마다 다르게 짰고, 그게 다 아자살로 불립니다.
지금도 그렇습니다. 짤 때마다 어디까지가 아자인지 다시 정해야 합니다.
무늬가 뜻을 담고 있다는 말을 자주 합니다. 절반만 맞습니다.
뜻이 무늬를 만드는 게 아닙니다. 뜻은 무늬를 붙들어 둘 뿐입니다.
붙들 뜻이 없으면, 무늬는 흩어집니다.
출처
- 『설문해자』 亞 — 강희자전 亞 항목 수록
- 『이아』 「석언」 — 같은 항목 수록
- 『자휘』 정와 — 같은 항목 수록
- 「창호」,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 「집의 얼굴 창호」, 국가유산청 월간 국가유산사랑
- 이완건, 「제천 박도수가옥 및 정원태가옥의 창호에 관한 연구」, 『한국실내디자인학회논문집』 23권 5호, 2014
평목 블로그의 글과 기록은 출처(pyeongmok.com)를 밝히고 자유롭게 인용 및 발췌하실 수 있습니다.
평목 스튜디오의 다양한 패턴 디자인 보러가기
컬렉션 보러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