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살 | 살을 비스듬히 걸어 짠 창
이 시리즈 · 전통창호 사전 · 3화 (전체 12화) 연재중
"전통창호의 이름과 짜임을 하나씩 정리합니다"
빗살은 살을 45도와 135도로 걸어 짠 창입니다. 두 방향의 살이 서로 직각으로 만나니 칸은 정사각이 되고, 그 정사각이 통째로 45도 돌아선 모양이 됩니다. 곧게 선 살로 짠 세살·정자살과 달리, 이 창은 선이 전부 비스듬합니다.

이름
'빗'은 비스듬하다는 뜻의 우리말입니다. 빗금, 빗변, 빗대다가 모두 한 갈래지요. 살이 비스듬히 놓였다고 해서 빗살입니다.
세살은 가는 살(細)에서, 정자살은 井자 모양에서 이름을 얻었습니다. 한자를 빌려 지은 이름들입니다. 빗살은 그렇지 않습니다. 살이 놓인 모양을 우리말로 그대로 부른 이름입니다.
그렇다고 한자 표기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창덕궁수리도감의궤』와 『화성성역의궤』에는 사창(斜窓)이라 적혀 있습니다. 비스듬할 사(斜)입니다. 살을 화살 전(箭)으로 옮겨 적기도 했습니다. 세살은 세전창(細箭窓), 빗살은 사전창(斜箭窓), 정자살 짜임을 겹친 것은 격자사전창(格子斜箭窓)입니다. 살을 箭으로 옮기는 계열이 일관돼 있습니다.
다만 이건 이름의 뿌리가 아니라 기록을 위한 옮김입니다. 부르던 우리말 이름이 먼저 있었고, 문서에 올릴 때 뜻을 따라 한자로 바꾼 것이지요. 그래서 '빗箭'처럼 절반만 한자로 적는 표기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우리말로는 빗살, 한자로는 사창입니다.
짜임
살끼리 만나는 자리는 반턱입니다. 서로 절반씩 덜어내고 물려 겉면을 한 면으로 맞춥니다. 살이 45도와 135도로 놓여 서로 직각으로 만나니, 턱의 폭도 살 폭 그대로입니다. 여기까지는 정자살과 다를 것이 없습니다. 격자가 통째로 45도 돌아섰을 뿐이지요.
달라지는 곳은 울거미와 만나는 자리입니다. 곧게 선 살은 촉을 내어 구멍에 꽂으면 되지만, 빗살은 살 하나가 홀로 울거미에 닿지 않습니다. 위에서 내려온 살과 아래에서 올라온 살이 울거미 앞에서 만납니다.
이 두 살의 끝을 45도로 끊어냅니다. 둘을 마주 대면 삼각형 촉 하나가 됩니다. 울거미에는 그 삼각형의 밑변만큼 홈을 파서 받습니다.
홈의 폭은 살 폭이 아닙니다. 살 폭에 √2를 곱한 만큼, 그러니까 약 1.4배가 됩니다. 울거미는 가로세로로 서 있는데 살은 45도로 들어오니, 여기서만 사잇각이 어긋나기 때문입니다. 살 폭을 정하는 순간 홈 폭도 함께 정해지는 셈입니다.
칸의 비례
세살과 정자살에서는 칸의 세로를 조금 길게 잡습니다. 정사각으로 짜면 옆으로 퍼져 보이기 때문입니다. 자로 떨어지는 일이 아니라 눈으로 잡는 일이지요.
빗살에는 그 여지가 없습니다.
칸을 늘이거나 줄이려면 살이 지나가는 각도가 달라져야 하는데, 각도가 어긋나면 살끼리 직각으로 만나지 않습니다. 짜임이 나오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세살과 정자살이 피해 가는 정사각을, 빗살은 벗어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빗살에서 정할 수 있는 것은 칸의 수와 살의 폭입니다.
칸 수는 계산해서 나오는 수가 아닙니다. 눈으로 잡습니다. 칸 비례를 손볼 여지가 없으니, 눈이 하는 일은 앞당겨져 여기 한 자리에 몰립니다.
→ 「눈으로 잡습니다」 1화에서 칸의 비례를 자세히 다뤘습니다. (링크)
쓰이는 자리
방의 출입문으로 많이 쓰였습니다. 분합문의 불발기를 빗살로 짜는 경우도 많았고요. 절집 전각에서는 더 흔합니다.
부여 무량사 명부전에서 빗살을 처음 봤을 때는 그 앞에 한참 서 있었습니다. 오래된 창인데 눈에 들어온 것은 옛것이라는 느낌이 아니라 도리어 지금 그린 것 같다는 쪽이었습니다. 대각선만 남은 화면이라 그랬을 겁니다. 세월을 버틴 단청 색이 그 위에 얹혀 있었고요.
출처
- 『창덕궁수리도감의궤』, 『화성성역의궤』
- 주남철, 『한국의 문과 창호』
-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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