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살(細살) | 가는 살을 촘촘히 세운 창
이 시리즈 · 전통창호 사전 · 2화 (전체 12화) 연재중
"전통창호의 이름과 짜임을 하나씩 정리합니다"
세살은 세로살을 촘촘히 세우고, 가로살은 위·가운데·아래 세 자리에 몇 개씩 묶어 걸어 짠 창입니다.
살 짜임 가운데 가장 널리 쓰였습니다. 살림집 방문에서 절집 전각, 궁궐까지 두루 걸렸습니다.

이름
살이 가늘다고 해서 세살(細살)입니다. 같은 창을 띠살(帶살)이라고도 부릅니다. 가로살이 띠처럼 묶여 들어간 모양을 본 이름이지요.
두 이름이 서로 다른 창을 가리키는 것이 아닙니다. 하나는 세로살을 보고 지은 이름이고, 하나는 가로살을 보고 지은 이름입니다.
같은 창을 어디에서 보았느냐가 다를 뿐입니다.
세 개의 살이라서 세살이라는 풀이가 돌아다닙니다. 가로살이 세 자리에 묶여 들어가니 그럴듯하게 들립니다. 다만 그 자리에 들어가는 살은 셋이 아닙니다. 기본이 5-7-5이고, 문의 키에 따라 3-5-3에서 6-8-6까지 오르내립니다. 세 개인 것은 살이 아니라 묶음입니다.
그리고 묶음을 가리키는 이름은 따로 있습니다. 띠살이지요.
정자살·완자살·아자살이 井·卍·亞라는 글자 모양을 적은 이름이라면, 세살과 띠살은 살의 생김새를 그대로 적은 이름입니다.
골밀이·배밀이·등밀이가 살의 얼굴을 민 형태를 따 붙인 이름인 것과 같은 방식이지요.
짜임
가로살과 세로살이 만나는 자리를 반턱으로 팝니다. 서로 절반씩 덜어내고 물리면 두 살의 겉면이 한 면으로 맞습니다.
기법은 정자살과 같습니다.
세살에만 있는 것은 가로살을 몇 개씩 묶느냐입니다. 개수가 아무렇게나 가지 않습니다.
기본은 5-7-5입니다. 위에 다섯, 가운데 일곱, 아래 다섯이지요. 문의 키에 따라 아래 계열을 오르내립니다.
3-5-3, 4-6-4, 5-7-5, 6-8-6. 위와 아래가 같고 가운데가 둘 많은 네 줄입니다.
규칙은 둘입니다. 위와 아래가 같습니다. 가운데가 둘 더 많습니다. 문의 키가 오르내려도 이 둘은 건드리지 않고 한 줄씩 옮겨 갑니다.
그래서 문 하나를 잡을 때 정하는 것은 가로살의 개수가 아니라 어느 줄로 갈 것인가입니다. 개수는 줄이 정해지면 따라 나옵니다.
주로 홀수를 썼지만 짝수로 짠 것도 있습니다. 홀수로 가면 가운데 묶음의 한가운데 살이 문의 한가운데에 앉습니다. 3-5-3의 5, 5-7-5의 7이 그렇지요. 짝수는 반으로 딱 나뉘어 여백이 없지만, 홀수는 가운데에 중심을 두고 양쪽으로 균형을 잡습니다.
가로살은 울거미에 짧은 장부로 물립니다. 문이 클 때는 중앙 살 하나만 장부를 길게 내기도 합니다. 그 하나로 견고함을 더한 것이지요.
제 생각에는 홀수를 양(陽)의 수로 여긴 관념도 여기에 얹혀 있지 싶습니다. 홀수는 전통 건축 여러 곳에 나옵니다.
정면 칸수를 3칸·5칸·7칸으로 잡는 것이 그렇지요. 다만 짝수로 짠 창도 남아 있어, 관념에서 온 것인지 짜임에서 나온 결과인지는 아직 가릴 수 없습니다.
이 이야기는 「길상」에서 따로 다루겠습니다.
세로살은 촘촘하고 가로살은 이렇게 몇 개뿐이라, 가로살 하나에 반턱을 여러 개 연달아 파야 합니다.
등분이 조금만 어긋나면 그 오차가 끝 칸에 가서 몰립니다. 깎는 일보다 나누는 일이 먼저인 창입니다.
세살이 가장 널리 쓰인 까닭은 여기 있습니다. 창호지를 받치고 빛을 나누는 일은 세로살이 합니다.
가로살은 그 세로살이 휘지 않게 잡아 주는 몫이고, 그래서 필요한 자리에만 묶어 두었습니다.
가로세로를 함께 촘촘히 걸면 나무도 그만큼 들고 반턱 팔 자리도 그만큼 늘어납니다. 세살은 거기서 가로를 덜어낸 창입니다.
가장 적은 나무와 가장 적은 품으로 문 하나가 섭니다.
칸의 비례
가로살이 묶여 들어간 자리에는 정자살과 같은 격자가 생깁니다. 이 칸은 정사각이 아닙니다. 세로를 조금 길게 잡습니다.
정사각으로 짜면 오히려 옆으로 퍼져 보이기 때문입니다. 문이 커지면 비율이 또 달라지고, 짜는 손마다도 다릅니다.
자로 떨어지는 일이 아니라 눈으로 잡는 일입니다.
세로살을 몇 개 세울지도 여기서 나옵니다. 미리 정해 놓고 들어가는 값이 아닙니다.
문 크기에 맞춰 이 칸이 보기 좋은 사각형으로 떨어지도록 잡고, 개수는 그 끝에 따라 나옵니다.
가로살은 문의 키가 정하고, 세로살은 칸의 모양이 정하는 셈입니다.
→ 「눈으로 잡습니다」 1화에서 자세히 다뤘습니다. (링크)
쓰이는 자리
살림집의 방문과 대청문, 절집 전각의 문, 궁궐까지 두루 쓰였습니다. 가로살이 많이 들어간 것은 주로 궁궐 전각입니다.
집의 격에 따라 쓰임이 달랐습니다. 사대부와 중인의 집에서는 방의 덧창으로 걸었고, 서민의 집에서는 이 하나만 달아 출입문으로 썼습니다.
가장 적게 들이고도 문이 서는 창이었으니 그럴 만합니다. 안쪽에 세살을 걸고 바깥에 정자살 덧창을 다는 구성도 흔합니다.
가장 단순한 살인데 이야기가 길었습니다.
다 짜 놓고 보면 세로살 몇 개에 가로살 몇 줄이지만, 그 앞에 정할 것이 이만큼 있습니다.
출처
- 주남철, 『문과 창호』 (2001)
-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세살문'·'띠살문' 항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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