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읽는 법
이 시리즈 · 눈이 하는 일, 머리가 하는 일 · 4화 (전체 6화) 연재중
"나누어 보기 전에는 안 보이던 것이 있습니다"
메이지 37년(1904)에 사이토 효지로라는 사람이 『日本家屋構造』라는 목수 교본을 냈습니다. 일본 집 짓는 법을 처음부터 끝까지 정리한 책인데, 저는 창호 치수를 찾으려고 펼쳤다가 첫 장에서 한참을 머물렀습니다.
목수 교본이라면 으레 치수나 짜임부터 나올 줄 알았는데, 이 책의 첫 장 「緒論」은 나무를 어떻게 읽느냐는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일곱 쪽 남짓한 분량에 여섯 절, 그림은 열세 장이 딸려 있습니다. 순서대로 따라가 보겠습니다.
1. 배(腹)와 등(背)
책은 첫머리부터 조심하라는 말로 엽니다. 나무에는 배와 등이 있는데, 쓸 때 이걸 잘못 가리면 강하고 약한 데 크게 관계된다고 합니다.
가르는 기준도 적어 두었습니다. 평지에서 자란 나무라면 볕을 덜 받아 덜 자란 쪽이 배이고, 볕을 받아 잘 자란 쪽이 등입니다. 등 쪽은 가지가 무성했던 쪽이라 옹이도 많습니다. 비탈에서 자란 나무는 비탈 위를 향한 면이 배, 아래를 향한 면이 등이 되는데, 이런 나무는 베어 놓아도 조금 활처럼 휘어 있어서 가리기가 어렵지 않다고 합니다.
다듬는 순서도 나옵니다. 벤 나무를 배가 위로 오게 받침목에 얹고 먹을 놓아 좌우를 도끼로 깎은 다음(杣削り), 깎은 면을 위로 돌려 놓고 배와 등을 깎습니다.
이렇게 다듬은 재 가운데 대략 6寸角 이하는 押角이라 부르는데, 기둥이나 도리로 크기 그대로 씁니다. 7寸角 이상인 것은 野角이라 해서 나중에 켜서 쓰는 원료가 됩니다. 野角은 나르다가 깨지지 않게 양 끝을 뾰족하게 깎고, 구멍을 뚫어 철선으로 엮은 뒤 뗏목으로 띄워 날랐다고 합니다.

도면 별책 3쪽 — 第1図 비탈 나무의 배(腹)와 등(背) · 第2図 杣削り
2. 산에서 켜는 재(山挽もの)
쓸 데가 정해진 판재나 꿸대는 나무를 벤 산에서 미리 켜서 내려보냈습니다. 이때 판은 배에서 등 쪽으로 켜는데, 이걸 本木取라고 합니다.
배와 등에 직각으로 켜는 방법도 있기는 합니다. 그런데 책은 그렇게 하면 톱질이 힘들고, 판이 잘 틀어지고, 등 쪽에 생기는 유난히 단단한 부분(あて)이 섞여 들어가서 창호처럼 잔손 가는 일에는 쓰기 어렵다고 적었습니다.
이 대목에서 재미있었던 건 사이토가 노련한 톱장이의 말을 빌려 오는 방식이었습니다. 직각으로 켜면 길이 12~13尺, 폭 1尺짜리를 한 번 켤 때마다 本木取보다 톱밥이 한 홉쯤 더 나온다고 합니다. 오래 톱질한 사람의 감각을 톱밥 양으로 옮겨 적은 것이지요.
3. 겉(木表)과 속(木裏)
창호 하는 사람에게는 이 절이 가장 가깝게 와닿습니다.
판에는 겉과 속이 있습니다. 껍질 쪽 면이 겉(木表), 고갱이 쪽 면이 속(木裏)인데, 마구리를 보면 나이테의 바깥쪽이 겉입니다.
판은 마르면서 겉 쪽으로 휩니다. 그래서 처마판이나 들마루판은 속을 위로 해서 깔고, 문지방과 상인방은 겉에 홈을 판다고 합니다. 속에 홈을 파면 홈 양옆으로 엇결이 일어나기 때문이라는 이유까지 친절하게 붙여 두었습니다.
대패 미는 방향도 정해 두었습니다. 겉은 끝에서 밑동 쪽으로, 속은 밑동에서 끝 쪽으로 밀어야 하고, 거꾸로 밀면 엇결이 섭니다. 속은 겉보다 무르고 깎기는 쉽지만 엇결이 더 잘 서서, 보통은 겉을 깎아 씁니다. 다만 下見板만은 속을 깎아 쓰는데, 그쪽 옹이가 작아서 깎기도 쉽고 오래간다고 합니다.

도면 별책 4쪽 — 第3図 押角 · 第4図 本木取 먹 놓기 · 第5図 겉과 속 · 第6図 홈은 木表에
4. 통나무에서 각재 만들기
각재를 만들 때는 받침목 두 개 위에 배가 위로 오게 나무를 눕힙니다. 양 끝 마구리의 뾰족한 부분을 잘라 내고, 양쪽 끝 중심에 곱자를 하나씩 세운 다음 멀리서 봅니다. 두 자가 겹쳐 보이면 수직이 맞은 것이니(竪歪) 거기서 중심 먹을 치고, 좌우로 치수 먹을 놓아 자귀로 깎은 뒤 대패로 귀를 칩니다.
差鴨居나 2층 보처럼 폭이 정해진 평재는 조금 다르게 합니다. 양 끝에 定木을 한 장씩 올려놓는데, 定木은 길이 2~3尺, 폭 2寸쯤 되는 얇은 자에 한쪽 면만 검정이나 빨강을 칠해 둔 것입니다. 멀리서 두 定木의 경계선이 겹치는지 보고, 안 겹치면 재가 뒤틀린 것이라 깎아서 맞춥니다(平歪). 요즘 우리가 윈딩 스틱을 놓고 뒤틀림을 보는 것과 똑같은 방법이라 읽으면서 반가웠습니다.
그림에는 먹통, 먹칼, 자귀, 대패도 함께 그려져 있습니다.

도면 별책 5쪽 — 第7図 甲 각재 · 乙 평재(定木) · 먹통·먹칼·자귀·대패
5. 수축과 背割
나무는 마르면서 나이테를 따라 둘레 방향으로 줄어듭니다. 켠 판이 겉 쪽으로 휘는 것도, 정사각으로 깎은 각재가 마르면서 마름모꼴이 되는 것도 그래서입니다.
이걸 막으려고 기둥은 집을 지은 뒤 안 보이게 될 면에 등을 따라 홈을 켜고 쐐기를 박아 두는데, 이게 背割입니다. 공을 들이는 집에서는 背割이 다시 벌어지지 않도록 떡갈나무 같은 단단한 나무로 촉을 만들어 길이를 따라 몇 군데 박아 둡니다. 背割은 고갱이까지 닿게 켜야 효과가 있다는 말도 덧붙어 있습니다.
茶室의 面皮柱를 깎는 법도 여기서 같이 다룹니다. 통나무 지름을 가로세로 다섯으로 나눈 점에서 네 면을 깎고 모서리에는 껍질을 남기는데, 이걸 五分一面이라 하고, 넷으로 나누면 四分一面이라 부릅니다.
6. 가로로 거는 재
2층 보나 差鴨居처럼 가로로 거는 재는 등이 위로 가게 겁니다. 통나무라면 밑동 쪽을 끝 쪽보다 조금 낮게 두고요. 그렇게 하지 않으면 힘도 약하고, 다 지어 놓고 보면 모양도 좋지 않다고 합니다.
그런데 여기에 예외가 하나 붙어 있습니다. 건물에 따라서는 2층 보를 등이 아래로 가게 거는 편이 마루 울림을 잡는 데 나을 때가 있다는 것입니다. 규칙만 적어 두지 않고 이런 예외까지 남겨 둔 걸 보면, 현장을 오래 겪은 사람이 쓴 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장선을 걸 때는 큰 보가 약해지지 않도록 장선 마구리를 5~6分씩 파 넣고, 보 윗면은 절대 따내지 말라고 합니다.

도면 별책 6쪽 — 第8~11図 수축과 背割 · 第12·13図 가로로 거는 재
말로 남은 것, 손에 남은 것
여섯 절을 다 읽고 나면 기분이 좀 묘합니다. 틀린 말은 하나도 없는데, 이걸 읽었다고 해서 나무 앞에 섰을 때 등과 배를 가릴 수 있을 것 같지는 않거든요.
사이토도 그걸 알았던 것 같습니다. 옹이가 어느 쪽에 많은지, 판이 어느 쪽으로 휘는지, 홈을 어느 면에 파는지처럼 글로 옮길 수 있는 신호와 규칙만 적어 두었습니다. 어떤 나무가 좋은 나무인지, 손에 들었을 때 어떤 느낌인지는 한 줄도 없습니다. 톱장이의 감각을 빌려 올 때조차 "톱밥 한 홉"이라는 숫자로 바꿔서 옮겼으니까요.
일본은 그렇게 규칙만 따로 떼어 교본 첫 장에 올려 두었는데, 우리 쪽에서는 이런 이야기를 한데 묶어 쓴 글을 찾기가 어렵습니다. 규칙과 감각이 떨어지지 않은 채로 목수의 손에서 손으로 넘어온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말에는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목수들이 나무 밑동과 끝을 가리킬 때 쓰는 원구·말구라는 말은 일본 목수들이 쓰던 元口·末口에서 왔습니다. 국립국어연구원도 1995년에 말구를 일본어에서 온 말로 꼽고 '끝마구리'로 바꿔 쓰자고 적은 적이 있습니다. 이름은 바다를 건너왔는데, 그 이름으로 나무를 어떻게 읽는지는 함께 건너오지 않은 것 같습니다.
기록은 더 비어 있습니다. 2020년에 한 국어학자가 소목장 한 분의 이야기를 직접 듣고 목공 어휘를 정리한 논문이 있는데, 거기에도 등, 배, 원구, 말구, 겉, 속 같은 말은 표제어로 하나도 올라 있지 않습니다. 결이나 옹이가 본문에 몇 번 지나갈 뿐입니다. 장인에게 직접 묻고 적은 자료에도 이런 말들은 남지 않았던 것입니다.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나무 읽는 법은 말로 배우는 것이 아니라 손으로 겪어서 아는 것이라, 가르치는 쪽도 굳이 말로 꺼낼 일이 없었을 테니까요. 그래도 사이토가 남겨 둔 일곱 쪽을 보면, 적어 둘 수 있는 것만이라도 적어 두는 일이 꽤 쓸모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손이 기억하는 건 손에 맡기더라도, 머리로 붙잡을 수 있는 건 붙잡아 두는 편이 배우는 사람에게는 덜 막막할 테니까요.
출처
- 그림: 斎藤兵次郎 『日本家屋構造』(1904) 図面 3~6쪽, 国立国会図書館デジタルコレクション. 원본 이미지를 손대지 않고 실음.
- 斎藤兵次郎, 『日本家屋構造』, 信友堂, 1904. 상권 構造篇 「(一) 緒論」 1~7쪽, 도판 第1~13図(図面 별책). 국립국회도서관 디지털 컬렉션 https://dl.ndl.go.jp/pid/846328 · https://dl.ndl.go.jp/pid/846327 (퍼블릭 도메인)
- 허철구, 「건설·미술 분야의 일본어와 대응 양상」, 『새국어생활』 5권 2호, 국립국어연구원, 1995. https://www.korean.go.kr/nkview/nklife/1995_2/5_7.html
- 홍기옥, 「한국 목공(木工) 관련 어휘 연구 — 목공 개념·구성, 도구 관련 어휘를 중심으로」, 『인문논총』 77권 3호, 서울대 인문학연구원, 2020, 173~215쪽.
워크그룹 평목 블로그의 글과 기록은 출처(pyeongmok.com)를 밝히고 자유롭게 인용 및 발췌하실 수 있습니다.
글에 잘못된 내용이 있거나 의견이 있으시면 이메일()로 알려주세요.
워크그룹 평목의 다양한 패턴 디자인 보러가기
컬렉션 보러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