솟을창인가, 소슬창인가 | 올바른 표기와 어원
이 시리즈 · 따져 봅니다 · 1화 (전체 8화) 연재중
"오래 굳은 것일수록 한 번 더 들여다봅니다"
1. 올바른 표기와 발음: '솟을창'과 [소슬창]
간혹 전통 창호를 이야기할 때 '소슬창'으로 표기하는 경우가 있으나, '솟을창'으로 쓰고 [소슬창]으로 읽는 것이 올바릅니다.
우리말의 연음(連音) 규칙에 따른 결과입니다.
- 연음 규칙: 앞글자의 받침이 자음이고 뒷글자의 첫소리가 모음(ㅇ)일 때, 받침 자음이 뒷글자의 초성 자리로 이동하여 발음되는 현상입니다.
- 같은 ㅅ받침의 예: '옷이' → [오시], '웃음' → [우슴], '낫을' → [나슬]
'솟을창' 역시 이 규칙에 따라 받침 'ㅅ'이 뒷글자의 초성으로 이동하면서 [소슬창]으로 발음됩니다.
2. 발음대로 적으면 안 되는 이유: 의미의 왜곡
발음대로 '소슬창'이라 적으면 의미가 완전히 왜곡됩니다. 우리말에는 '가을바람이 쓸쓸하고 스산하다'라는
뜻의 한자어 '소슬(蕭瑟)하다'가 있기 때문입니다.
'소슬창'으로 표기하는 순간 '쓸쓸하고 스산한 창'이라는 엉뚱한 한자어로 오인될 수 있습니다.
이 창의 어원은 '솟아오르다'에 있으므로, 형태소의 본모습을 밝혀 '솟을창'으로 적어야 본래의 의미가 전달됩니다.
3. '솟을'의 어원과 입체의 미학
대표적인 솟을 문양인 육모 솟을살(어금육모 30도와 60도의 각도로 짠 문양)의 정교함 때문에, '솟을'의 어원을 수학적 각도나 기하학에서 찾으려는 이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솟을'은 고유어 동사 '솟다'에 관형사형 어미 '-을'이 결합한 순우리말로, 숫자가 아니라 '위로 솟아오를 듯한', '도드라진' 입체적 생동감을 뜻합니다.
전통 건축에서 '솟을'이 붙는 구조물들은 모두 이 특성을 공유합니다.
- 솟을살 [소슬살]: 평면적인 나무틀에 머무르지 않고, 살을 위로 도드라지게 깎아 입체감을 준 문살입니다.
- 솟을대문 [소슬대문]: 가마를 탄 채로 드나들 수 있도록, 양옆 행랑채보다 지붕을 훌쩍 높여 지은 대문입니다.
- 솟대 [솓때]: '솟다'와 '대(막대)'가 결합한 말로, 하늘을 향해 높이 솟은 장대입니다. 지역에 따라 '돋대'로도 불렸습니다. 옛사람들은 그 끝에 나무 새를 얹어 인간의 소망을 하늘에 전하는 매개로 삼았습니다.
추기 (2026년 7월 29일)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창호' 항목(E0055558)의 표기에 대해 정정을 요청했고, 편찬실로부터 수정하겠다는 회신을 받았습니다.
소슬 → 솟을, 미리 → 밀이. 반영에는 시간이 걸린다고 하니 지금 항목을 열면 아직 옛 표기가 보일 수 있습니다.
출처
-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 '소슬하다(蕭瑟)', '솟을대문', '솟대'
- 「표준어 규정」 제2부 표준 발음법 제13항 (연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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